영화계의 악동 쿠엔틴 타란티노가 제작한 영화가 바로 이 호스텔이다. 지난 1월 첫째주에 미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를 하며 화제를 뿌린 작품이기도 하다. 1월6일 전국 2195개 극장에서 동시개봉한 이 작품은 주말 3일 동안 제작비 480만달러의 4배가 넘는 2010만달러의 흥행수익을 올리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것이다.

  내가 이 영화에 주목한 이유는 역시 쿠엔틴 타란티노이다. 지독한 영화광이 만드는 하드고어 호러 영화는 과연 어떤 영화일까. 이런 궁금증을 갖지 않는다면 진정한 영화광의 자세가 아니지 않는가!

  영화의 기본 토대는 유럽으로 섹스여행을 떠난 미국의 젊은이 두명이 겪는 슬프고도 황당한 사건이라고 보면 되겠다. 물론 말을 이렇게 표현하면 지극히 온화한 표현이고 영화는 지독한 잔인성을 보여준다.

  흔히 이런 영화 초반에는 미끈한 여체의 향연과 정신 못차리는 젊은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초반부까지만 해도 과연 이 영화에서 텍사스살인마나 여타 스플래쉬 무비가 보여주는 그런 쫓고 쫓기는 추격씬과 잔인한 신체 절단씬이 나올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그냥 무턱대고 갑자기 사람의 신체를 조각낸다면 그건 영화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영화는 탄탄하게 기본 토대를 깔아놓고 갑작스럽게 장면이 전환된다. 이상한 밀폐된 장소에서 사지가 찢기고 각종 고문을 당하며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것이다. 왜 그들이 그런 고통을 당하느냐가 중요한게 아니라 어떻게 그들이 그런 장소에 이끌려 왔는가가 더 중요하게 변환되는 것이다. 어차피 그들이 그곳에 끌려간 이유따윈 사실 없다. 영화속에서 그들을 그런 사람의 신체를 절단내고 죽이는 장소로 끌고오는게 러시아 마피아인거 같지만 그런 내용은 나오지 않는다. 어차피 영화는 그들의 고문과 고통을 보여주면서 전형적인 하드고어 영화의 형식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사실 이유따윈 중요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인간이 인간을 거래하는 장면들과 돈을 내고 살아있는 인간에게 극도의 고통을 가하며 죽음을 내리는 인간들의 모습을 영화는 보여준다. 단지 동양인이고 미국인이고 흑인이기에 그들은 납치되고 죽음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설정은 다른 여타 고어 영화들이나 스플래쉬 무비들과는 다르다. 그들에게 죽음을 가하고 공포를 내리는게 인간의 추악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이다. 다른 스플래쉬 무비들에선 사회에서 버림받은 존재들이 괴물이 되어 나타난다면 이 영화에선 가진자들의 삐뚫어진 욕망이 괴물이 되는 것이다. 비록 영화는 잔인한 장면을 담고 있지만 나름대로의 인간욕망에 대한 비판을 담고 있는 것이다.

  평소에 고어무비를 즐기는 사람이나 독특한 공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영화 분명히 관람목록에 넣어야 할 것이다. 수 년후에는 스플래쉬 무비의 명작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는 영화가 바로 이 호스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