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4월 8일 우린 그런지의 기린아를 잃었고 얼터너티브의 기수를 잃었다. 극심한 약물중독자였던 그가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한지 어느새 12년이란 세월이 흘렀고 그 사이 그에대한 많은 책과 기획물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의 이름은 커트코베인 아직도 그는 살아있는 전설이며 현재진행형인 이 시대의 트렌드이다. 그런 그의 마지막 날의 행적을 다루고 있는것이 바로 이 영화 마지막 날들이다. 과연 그는 마지막 날에 무엇을 하였고 누구를 만났을까? 보통의 전기영화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 특성과는 다르게 그는 마지막 날 무엇을 하였을까란 물음을 중심으로 영화는 진행된다.

  영화는 극도로 재미가 없다고 평할수 있다. 별다른 대사도 없고 그저 커트의 시선과 그의 주변인물들 시선을 중심으로 그냥 일상을 담고 있다. 아마도 구스반 산트 감독은 그런 감정이 섞이지 않은 객관적 시선을 통해 이 세기의 락스타이자 젊은 세대의 우상이었던 그의 마지막 날을 무기력하고 건조하게 표현하고 싶었던 거 같다. 그리고 그의 그런 작업은 엘리펀트와도 하나의 연관성을 맺고 엘리펀트에서 행했던 실험적 장면의 연상으로 이 영화를 다뤘던거 같다. 극도의 건조한 화면과 감정이 섞이지 않은 관찰자적 시점의 카메라 앵글은 그래서 더욱 섬뜩하고도 애처롭게 커트를 비춘다. 마치 엘리펀트에서 왜 그들이 학생들을 향해 총을 겨루고 왜 학생들은 그들의 희생양이 되어야만 했었는지를, 미국에 대한 신랄한 비판적 시선을 너무나도 무미건조하게 다뤘던 그 모양 그대로 이 락스타에 대한 연민의 시선을 건조한 카메라 앵글속에서 이끌어 내는 것이다.

  영화 속 커트는 대사가 거의 없다. 그저 나지막하게 알아들을수 없는 중얼거림만이 그의 입에서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그의 걸음걸이는 마치 영혼이 빠져나온 듯 흐느적흐느적 거린다. 그리고 그런 그의 움직임들 속에 그를 중심으로 한 다른 이기적인 인간들을 카메라에 담는다. 영화 속에서 나오는 대부분의 인간들은 인간 커트에 대한 걱정이 아닌 상품으로서의 커트로만 보는 것이다. 그들이 커트에게 하는 말은 모두 자기중심적인 말뿐이다. 이기적인 모습의 주변인물 틈에서 커트는 더욱 외롭게 보이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나면 분명 재미가 없다. 그러나 인간커트가 왜 죽음을 택했는지, 그리고 인간 커트가 얼마나 외로운 인물이었는지는 절실하게 다가온다. 단지 인간 커트를 비춘다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슬플 수가 있고 우울할 수가 있구나란 걸 영화는 보여주는 것이다. 혹시 커트코베인을 알고 그를 기억하고 그를 사랑한다면 이 영화 마지막 날들은 구스반 산트가 그들게 보내는 커트에 대한 가슴 저린 이야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