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무어는 순수한 사람이 아니다. 그의 유명한 저서 '멍청한 백인들'에서 직접 적어낸 자기 개인사에 대한 묘사에만 근거해 보아도 그가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탐욕스러운 성격, 바로 순수함과는 정 반대쪽에 있는 내적 형질을 지니고 있는 인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생각해 낼 수 있다.(내가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고 줄거리를 읽었을 때의 느낌이다.)

그리고 그는 절대로 약한 개인이 아니다. 그는 카메라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일찍부터 깨우치고 있었고, 그것으로 그 누구에게도 무시당할 수 없는 막강한 권력과 또 엄청난 부를 축척하고 있었다. 이것도 거부할 수 없는 사실이다. 실제로 부시를 낙선시키겠다는 그의 목적 하나만을 위해 제작되었고 (그래도) 한 나라의 대통령과 그의 관료들을 이렇게 마음껏 가지고 놀며 조롱하는 영상물, <화씨9/11>이 미국 전역 아니 전 세계의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는 지금 현실이 바로 마이클 무어가 가지고 있는 강력한 힘, 바로 그가 가지고 있는 절대 권력의 정체에 대한 확실한 증명이라고도 할 수 있다. 대통령 부시만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다. 부시를 조롱하는 무어의 힘도 실로 부시가 두려워 할만한 정도의 위력이다.

마이클 무어는 그의 영화들을 통해 언제나 미국 주류사회 백인들의 편협함, 그것을 조장하는 권력 그리고 그 권력에 기생하는 방송 미디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왔다. 무어는 미디어가 어떤 방법으로 무지한 대중들의 눈을 가렸고 또 어떻게 효율적으로 대중들을 통제해 왔는지 폭로해버린다. 영상은 '편집'과 '생략'이라는 방법을 통해서 얼마든지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다른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미디어의 위력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말하자면, 마이클 무어가 사용하는 방법도 사실 그것과 같다. 그의 영상은 (일단 옳고 그름의 문제를 떠나서 생각해보자.) 그의 목적을 위해 촬영되어졌고 그것을 극대화시키기 위해서 과감한 '편집'과 '생략'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그의 가장 큰 재능이라고 할 수 있는 '유머'(영화를 보면서 나는 계속해서 웃음을 멈출 수 없었다.)를 그 영상 곳곳에 적절하게 배치함으로써 더욱 더 대중들의 마음속에 파고들어 그들의 정신을 사로잡아 버린다. 그리고 결국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그들의 마음을 움직여버린다.

최근뉴스에서는 미국 내의 많은 영화인들과 가수들이 부시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는 기사가 나온 적이 있다. <화씨 9/11>이 그 도화선이 됐는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영항을 미친 건 사실일 것 이다.

나는 영화는 그냥 영화로 봐야한다는 주의이다. 다큐, 액션, 공포등의 모든 장르가 똑같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감독들은 그것에서 만족을 느끼는 그건 부류의 사람들이다. 그런 면에서 <화씨 9/11>은 가장 목적에 부합하는 영화인 것이다.

<화씨 9/11>을 보고난 후에 부시를 적대적으로 생각하게 된다면 그 사람은 마이클 무어의 목적에 걸려버린 사람이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내가 부시 옹호자는 절대 아니다!)

모든 것은 관객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