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화를 비디오로 보았는데요

그 당시 제가 나이에 밀리고 장남이란 위치에 밀려서

음악을 포기하고 한 집안의 장남의 모습으로

평범한 삶을 시작하려는 막 우울증에 빠져있었던 즈음이었습니다.

 

애지중지하던 악기며 신서사이져며 샘플러며 다 처분하고선

그돈으로 룸싸롱 다니면서 부어라 마셔라하며 괴로운 마음에 또 우울증 증세에서

벗어나 보려고 발버둥 칠 때 인데요

 

그날도 거하게 취해서 비틀거리면서 들어오는데 비디오 가게 불빛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충 살펴보는데 와이키키브라더스가 눈에 들어오더군요

테이프 곽 뒷면에 설명을 보니 음악하는 사람들 얘기라서 맘에 끌려 들고 집에 왔습니다.

 

흠...그 때 생각하믄 지금도 마음이 짠 하네요

제 나이가 지금 34인데 제 나이보다 약간 선배들 정도의 시대가 흐르는데

뭐 저도 그 시대 끝자락을 잡고 음악에 빠져들던 때라 정말 영화에 흐르는 한곡 한곡이

전부 제 기억을 끌어내는 통에 제 자신이 영화의 주인공인 양 빠져들었습니다.

 

룸싸롱에서 벌거벗고 기타치는 모습 (우리 계통에선 그걸 "오부리밴드"라고 했었습니다 ^^)

그 주인공의 마음까지 훤히 보이는 통에...(저도 겪었으니 모를리가 없죠)

그 주변인들이 생활고였던, 아니면 각종 사회 보편적인 시각에서 벗어난 삶의 방식때문이던

자의던 타의던 떠나가는 친구들하며...

모든 장면 장면이 제 살아온 인생과 오버랩 되는데... 영화 보면서 그렇게

울면서 흐느끼면서 본적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네요

 

마지막에 잠시 깜깜했던 화면이 밝아지면서 흐르던 "사랑밖엔 난 몰라" 에선

정말 숨죽여 입막고 울었습니다. 옆방 부모님 들으실까봐서 ㅎㅎㅎ

 

그장면 음악하는 사람들의 소박한 행복이죠... 정말 음악에 미쳐서 모든걸 참고

사는 사람들은 그 이상에 어떤 것도 바라지 않습니다.

 

나도 그렇게 이해해주는 한사람만 있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이야 가정 꾸리고 다달이 돌아오는 고지서 무서워서 열심히 벌면서 살지만

항상 가슴 한구석 텅빈 느낌에 집사람한테 한번 물어봤었습니다.

 

"나 다시 음악할까?"

 

"미쳤구나?"

 

"....."

 

새벽 4시가 다 되는데 소주나 한잔 집사람 깨지 않게 조용히 찌끄려야겠네요

스팸 숟가락으로 파먹으면서 휑해진 마음 달래야겠습니다.

 

아버지 환갑잔치에 기타반주하러온 아저씨가 다 부럽습디다 ㅋㅋ

병이여 병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