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 이어서 쓰겠습니다.

주온은 결코 식상한 놀래키기만 해서 영화를 끌지는 않습니다.

옴니버스식 구성이니 만큼, 다양한 상황이 연출되는데,

주목할 점은 가장 일상적인 상황으로 영화를 본 후에도 후유증이 오래 남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입니다.

주온의 귀신은 이전까지의 귀신과, 링의 사다코와도 다릅니다.

새하얀 피부에 고양이 눈을 하고 표정이 없는 토시오.

온몸이 꺾어지며 기어다니고 말을 못하는 가야코.

우리가 알던 귀신의 모습이 아닙니다.

하지만 순간이동을 하는 토시오와, 서서히 다가오는 가야코는 그 어떤 귀신보다도 무섭죠.

이 비정상적인 귀신들이, 영화의 어느 곳에나 등장합니다.

주온에서 안심할 수 있는 곳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무서울 때마다 의지하던 이불 속에서,

항상 이용하던 엘리베이터에서,

테이블 밑에서,

심지어 벽 속에서도...

그리고 계단을 내려오는 가야코. 그녀는 왜 계단을 내려올까요?

물론 다락방에서 죽었는데 1층으로 나오려면 계단을 내려와야 하죠.

온몸이 뒤틀려 죽었기 때문에 기어오는 것이고.

하지만 굳이 계단이 가야코의 대명사적 배경이 된 것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계단은 요즘 사람이 가장 일상적으로 접하면서도, 최대한의 사각을 이끌어내는 곳입니다.

계단을 오르내리는 사람은 보통 아래를 쳐다보게 됩니다.

다리가 걸리지 않도록 말이죠.

내려갈 때에는 앞으로 갈 길을 볼 수 있지만, 올라갈 때에는 바로 앞의 사물도

보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게다가 계단은 나선형이라, 위를 쳐다본다고 해도 금방 돌아서 올라갈 곳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습니다. 그 곳에 가야코가 있다고 해도...

이렇게 주온의 효과는 이전 영화보다 훨씬 더, 관람 후에 영향을 미칩니다.

주온을 보고 나서 집에 갈 때는, 엘리베이터를 타면 토시오가 생각납니다.

계단을 오르면 가야코가, 머리를 감을 때에도, 벽에 기대고 있을 때에도,

테이블에 앉아서도, 자려고 이불을 덮어도... 온통 주온의 공포가 생각납니다.

가장 친근한 환경에서 가장 비정상적 공포가 연출되는 것.

이것이 주온의 세 번째 공포입니다.

물론 이 모든 것이 무섭지 않은 사람도 많습니다.

하지만 무섭다기 보다는 공포를 표현하는 방법에서,

시미즈 다카시 감독은 충분히 천재적이며,

가장 공포영화라는 장르에 적합한 영화로서

주온은, 보기 힘든 걸작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