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량 : 700MB/700MB
자막 : 불필요
릴그룹 : ACE
릴버전 : DVD

누구 하나 주인공이랄 것 없이 등장 인물 모두가 같은 비중으로 연기하는 <학생부군신위>에서 진짜 주인공은 '장례식'이라는 예식 자체이다. 사람들이 장례식을 진행 시키는게 아니라 장례식이 사람들에게 역할을 주고 어디 한번 질퍽하게 놀아 보라고 관조하는 듯 하다. 박철수 감독이 직접 장남이자 상주 찬우로 출연해 극중에서도 영화 감독이란 직업을 갖고 있는데 이는 이 영화가 마치 다큐멘터리 같다는 인상을 불러 일으키게 만든다. 게다가 핸드헬드 기법으로 촬영된 화면은 사람들 사이사이까지 파고들어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있어 더욱 그러하다.

영화는 스토리 보다는 해프닝과 에피소드의 연결로 진행되어 지고, 그 하나하나에는 사연과 주인공들이 다르다. 카메라는 그런 다양한 풍경을 상당히 객관적으로 묘사한다. 슬픔을 과장하는 사람(대부분의 사람들)이나 진심으로 통곡하는 사람(둘째 며느리 금단)을 아무 차이 없이 같은 모습으로 화면에 담는 것을 통해 카메라가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성을 유지하려는 의도가 충분히 드러난다. 이렇듯 장례식이란 예식이 비록 죽음에서 비롯된 의식이지만 실제로 거기에는 슬픔보다는 복잡하고 재미있는 인간사로 즐거운 의식이라는 걸 말해 준다.

죽음을 계기로 다양한 인간 군상들을 통해 삶의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를 밝혀 보려고 한 해학과 사회 풍자가 가득한 블랙 코미디다. 무엇보다 죽음도 삶의 연장이라고 보는 우리 민족의 천성이 적절히 표현되어 있다. 송옥숙의 다방 마담 역할과 김일우의 배다른 형제 역(그는 이 역할로 대종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이 가장 뛰어나다. (씨네서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