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복수는 나의 것   글쓴이 : 피스톨보이     날짜 : 07-08-03 16:00     조회 : 2683     이 영화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우선, 박찬욱 감독에 대해 이야기해야 할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박찬욱의 영화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 영화는 한국 영화계에 주목할만한 영화 작가로써의 출발을 알리는 첫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물론 그 이전에 공동 경비구역JSA로 흥행 감독 대열에 오르긴 했으나 공동경비구역.. 의 경우. 박상연의 탄탄한 원작소설 DMZ 를 영화적 문법으로 훌륭하게 풀어낸 영화였다. 폄하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이 영화에서 박찬욱 감독은 재능있고 감각적인 연출가. 그 이상의 그 무언가를 발견하긴 어려웠던 건 사실이다. 아시다시피, 요즘 박찬욱 감독 잘나간다. 그의 이름 뒤엔 항상 '올드 보이'가 뒤따른다. 대체적으로 심사위원들이 좋아하는 홍상수, 임권택 의 작품과는 달리, 상업적 장르 영화로써 칸느에서 작품상을 따먹었다는 건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지만 (물론 타란티노의 취향을 무시할 수 없었겠지만..) 나에게 박찬욱 감독은 '올드 보이'의 박찬욱이 아니라 '복수는 나의 것'의 감독 박찬욱이다. 복수는 나의 것이 남다른 의미를 가지는 이유 중 하나는, 흥행 감독과 흥행 배우들이 힘을 합쳐 만든 무지하게 반골적인 영화라는 것이다. 그리고 송강호가 주연을 맡은 작품 중, 유일하게 처음 흥행에 실패한 작품이다. 수많은 작품들이 제작되고 그 중 대부분은 실패를 맛보지만 이 작품의 흥행 실패는 상당히 의미있는 실패라 여겨진다. . 단지 화폐 부족이란 이유로 사랑하는 누나가 별수없이 죽어가는 걸 바라볼수는 없었기에 장기매매 부터 결국엔 유괴까지 단행하는 청각장애를 지닌 힘없는 노동자. 그리고 그 사실을 알고 난 뒤 자살을 하는 누나. 유괴 당한 외동딸이 불의의 사고로 싸늘한 시신으로 돌아오자 복수를 결심하는 중소기업 사장. 대충 이런 시놉시스로 스릴넘치게, 그리고 좌중을 눈물 바다로 몰고갈 초특급 개감동 최루성 멜로 액션 스릴러 짬뽕 무비를 만들어 가볍게 힛트 시킬 수 있는 감각을 충분히 가지고도 박찬욱 감독은 작가적 호기심으로 저질러 버렸다. ( 여기서 내가 말하는 작가란 최소한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작품을 만드는 사람이다.) 당시만 해도, 그래봤자 불과 몇년 전, 사실 지금도 별 다르진 않지만, 흥행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영화들은 '엽기'와 '조폭' 을 내걸고 전반부 -포복절도 후반부- 최루성 멜로, 라는 전형적인 공식으로 뻔하고 작위적이지만 일단은 부담없이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영화들이 대부분이었다. 반면 '복수는 나의 것' 은 정 반대의 전략으로 가고 있다. 부담없이 즐기러 나온 관객들을 끊임없이 불편하게 만들고 괴롭힌다. 영화 전반에 울기에도, 웃기에도 난감한 상황들이 건조하게 반복된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코메디다.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참혹하고 서글픈 코메디이다. 이 영화의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개인적으론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는 한 장면을 예를 들어 본다. 낡은 서민 아파트. 옆집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신음소리. 벽에 쪼로록 붙어 귀를 붙이고 자위행위를 하는 양아치들의 모습. 카메라가 수평이동하여 벽 넘어로 보여지는 상황은 극중 신하균의 누나가 지병으로 인해 약명을 던지고 몸부림 치며 괴로워 하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청각장애자인 신하균은 전혀 상황 파악을 못하고 등을 돌린 채 맛있게 라면을 먹고 있다. 첨에 푸헤헤~~웃었다가 왠지 상당히 미안하고 뻘쭘해지고만다. 벽 넘어의 참혹한 상황도 모른 채 웃음을 터뜨리던 나의 무지와 철딱서니에 섬뜩해진다. 그래도 사실 웃기긴 했다. 이러한 난감 개그는 몇 번이고 반복된다. 딸의 주검을 앞에두고 차마 그 모습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괴로워 하던, 허나 강가에서 우연히 발견한 적의 누나의 시체를 해부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 보다 지겨운 듯 하품을 하는 송강호. 낙천적인 성격의 의사라면 희망은 있다라고 말하겠죠..라고 말하는 지독히 염세적인 몰골의 의사. 어머, 그 사람 유괴범이었어요? 상품주면 안되겠네. -라디오 디제이 이금희. 자살한 누나의 시신을 끌어 안고 오열을 토하는 신하균과 겹쳐지는 특별출현 너부리. 마지막에 죽어가는 동안 가슴에 꽃힌 칼에 매달린 종이의 글귀를 읽으려 노력하는 송강호.등등. 관객들의 입장에선 어디서 웃어야 할지, 아니 웃어도 될런지 모르는 괴로운 상황들을 나열하며 가장 즐거웠을 사람은 아마 박찬욱 감독이었으리라. (개인적으로 라디오 방송중에 나오는 신인가수 백현진의 노래도 졸라 웃겼다. 백현진은 영화 음악을 맡은 어어부의 보컬겸 퍼포먼서다.) 체코의 작가 밀란 쿤데라가 말하길.. 진정한 희극인은 그냥 웃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숨겨져 있는 웃음의 영역을 찿아내는 것이라 했다. 그런 관점에서 나는 이 영화를 보기드문 훌륭한 코메디 영화라 꼽는다. 희극과 비극의, 웃음과 눈물의 간격은 실로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주로 영화나 만화에서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 속의 상황이 어떤지 한번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경우, 멍청하고 모자란 인물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척이나 난처한 상황에 당도하게 되거나. 잘난 척, 아는 척 하는 사람, 또는 실제로도 잘난 사람이 어처구니 없이 망신을 당하는 꼴을 보고 우리는 웃음을 터뜨린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상황에서 철저히 타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극중인물이 우리의 폭소를 듣게 된다고 상상해보자.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바로 그러한 상황에 닥쳤다면 과연 웃을 수 있을까. 타인의 불행에 당연한 듯 웃음을 터뜨리는 불특정 다수의 관객들을 괴롭히며 가장 통쾌하게 웃었을 사람은 아마 박찬욱 감독이었을 테다. 그에 대한 대가로 흥행참패 형이 내려지긴 했지만.. 우리는 이 영화로 희극의 또다른 뒷면을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는 이 영화에서 '올드 보이'에서 그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던 감각적인 스타일리스트로써의 박찬욱을 미리 발견하게 된다. 미장센같은 전문적인 부분에 관해서는 문외한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멋진 구도를 잡아낸 화면들과 청각 장애자의 시선을 체험케하는 무성영화식 자막을 사용한 장면들. 결정적인 순간마다 불협화음처럼 끼어드는 어어부의 음악. ( 음반판매는 죽쓰면서 영화음악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어어부.. 영화의 완성도에 톡톡히 한몫을 기여하고 있다. 다른 놈이 맡았으면 어림도 없다. 분명 서글픈 장면에 마이너 코드의 스트링이나 쭈악 깔아 버렸겠지. 이들이 만들어내는 전위적인 불협화음, 때로는 주술적으로 느껴지기 까지 하는 음악으로 영화가 뿜어내는 부조리적 아우라는 극에 달한다. 박찬욱 감독은 어어부를 천재라 불렀다. 동감이다. 섣불리 말해 한대수선생이 시도했던 대중음악의 자유로운 실험정신을 이을 유일한 계승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를 세계적인 감독 대열로 끌어 올린 '올드 보이'는 전작 '복수는 나의 것'과 많은 부분이 닮아있다. 전작의 흥행 실패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노선을 변경하지 않았다. '비트' '태양은 없다' 등의 작품으로 나름대로 한국영화의 새로운 스타일리스트로 떠오른 김성수 감독이 무사의 흥행실패 이후 '영어완전정복' 이란 뜬 금없는 코메디를 만들었을 때 나는 영화라는 장르가 상업성과 땔레야 땔 수 없음을 알면서도 못내 씁슬했다. 어떤 감독도 상업성과 흥행에 대해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박찬욱 감독의 작가적 곤조와 배짱이 더더욱 값진 것이다. 영화 팬으로써 바라 건데, 깐느 수상 이후로 엄청나게 주목을 받게 된 이상 어쩌면 예전 보다 훨씬더 그러한 마인드를 지키기가 힘들지도 모르겠지만, 박찬욱을 박찬욱 답게 하는 어떠한 것들은 진정 변치 않아 주길 바란다. 꽃미남, 꽃미녀와 억지감동을 유도하는 작위적 설정+ 돈지랄이 판치는 현재 상황을 볼 때, 관객 1000만 보다 더욱 시급한 것이 제2, 제 3의 박찬욱의 출현이라 본다. 래드썬   07-08-04 11:40 이영화 정말 잼있게봤어요 ㅎ 배우들의 연기력이 정말 영화속으로 몰입하게 만들어 주던걸요 이영화 정말 잼있게봤어요 ㅎ 배우들의 연기력이 정말 영화속으로 몰입하게 만들어 주던걸요 에반스   07-08-05 00:25 피스톨보이님의 글 읽으니깐 다시한번 보고싶네요.. "진정한 희극인은 그냥 웃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숨겨져 있는 웃음의 영역을 찿아내는 것" 이말 참 마음에 드는데요~ 피스톨보이님의 글 읽으니깐 다시한번 보고싶네요.. "진정한 희극인은 그냥 웃기기만 하는 게 아니라 숨겨져 있는 웃음의 영역을 찿아내는 것" 이말 참 마음에 드는데요~ 영화보다나   07-08-09 12:39 ^^ 박찬욱 감독의 복수 씨리즈죠 복수는 나의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복수 그리고 용서를 담고 있죠 ^^ ^^ 박찬욱 감독의 복수 씨리즈죠 복수는 나의것, 올드보이, 친절한 금자씨로 이어지는 복수 그리고 용서를 담고 있죠 ^^ 레용   07-09-03 17:08 피스톨님글 잃어보니 평론가처럼 글을 쓰셨네요...진정한 메니아이신듯... 피스톨님글 잃어보니 평론가처럼 글을 쓰셨네요...진정한 메니아이신듯... 가만안둬   07-09-05 22:46 ㅎ 글 정말 잘 쓰셨네요~~^^ 이글 보니 영화가 한번 다시 보고 싶어 지네요 ㅋ ㅎ 글 정말 잘 쓰셨네요~~^^ 이글 보니 영화가 한번 다시 보고 싶어 지네요 ㅋ 희망둥이   07-10-13 23:54 이거 설문조사 게시판에 올려두 재미있을 것 같은 질문인데요.. 막판에 최민식과 류승범의 대결에서 누구를 응원하셨나요? 저는 최민식이요...ㅋㅋ 이거 설문조사 게시판에 올려두 재미있을 것 같은 질문인데요.. 막판에 최민식과 류승범의 대결에서 누구를 응원하셨나요? 저는 최민식이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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